[포춘코리아(FORTUNE KOREA)=김동현 기자] 밤샘작업 일을 AI가 30분만에 해준다? 스마트 기술을 바탕으로 건축 분야의 비효율적이었던 모든 부분을 최적화하겠다고 스타트업 텐일레븐이 나섰다. 특히 사람의 손을 반드시 거쳐야 했던 건축 설계에 AI 기술을 접목시켜 혁신적인 비용절감을 이뤄내며 기존 건축의 패러다임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스마트 건설 스타트업인 텐일레븐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건축설계를 자동화하는 ‘빌드잇’ 솔루션을 개발했다. 빌드잇을 통해 건축 및 건설 사업지의 지형, 조망, 건축 법규 등을 분석해 최적의 공동주택 배치설계안을 도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도에서 필지를 클릭하면 AI가 건축법 등 법규와 지형, 주변 건물의 높이 등을 고려하면서 용적률·일조권·조망권을 최대치로 높일 수 있는 설계안을 자동 생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편집도구 솔루션(디자이너)이 3D(차원)로 건축물을 그려내는 방식이다.
텐일레븐의 ‘빌드잇’ 기술을 통해 3차원 가시화 결과물을 도출해 낸 모습(왼쪽).빌드잇기술을 활용해 불광5구역 재개발 사업의 최적 결과를 도출한 모습. [사진=텐일레븐]
건설에 스마트를 입히니… 5일에서 30분으로 작업시간 단축 텐일레븐의 대표 기술인 빌드잇은 건축설계의 사업 타당성 검토 시 소요 시간을 5일에서 30분으로 단축시켜준다. 이 기술은 건축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자동화 설계 시 건축법적 고려사항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고려해 용적률, 건폐율, 일조량, 세대수를 최적화해 사업성을 최대화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배치한 결과물은 오토캐드 파일로 건축설계사가 현업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파일포멧으로 산출도 가능해 작업자의 편의성도 높아졌다. 빌드잇은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유용하게 쓰인 사례들이 있다. 서울시 중랑구 망우1구역은 2012년 조합설립 후 낮은 사업성이 걸림돌로 작용해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북쪽에 위치한 초등학교 일조권을 보장하면서 아파트 층수를 조정해 가장 수익성이 높은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내는 게 큰 과제였다. 조합측은 설계사무소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시뮬레이션할 때마다 며칠씩 걸리는 시간과 수백만원의 비용이 문제였다. 그러나 빌드잇을 통해 하루 만에 유려한 스카이라인을 그려내면서 용적률도 기존 220%에서 270%까지 끌어올렸다.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불광5구역 재개발 조합도 텐일레븐의 AI가 도출해 낸 설계안을 채택하면서 약 100가구가 늘어났다. 가구수만 늘어난 것이 아닌 용적률과 건폐율을 늘리고, 조망과 일조량 등을 고려해 최적의 주거환경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총 10회에 걸친 모의테스트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단지 구조와 배치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준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김선후 텐일레븐 기획실장은 “건축설계는 아파트 한 동의 층수를 낮추면 다른 동 높이나 배치를 모두 조정하고 법규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하는 등 연쇄적인 수정이 불가피해 시간 소요가 큰 작업”이라며 “거의 모든 게 수작업이어서 시간과 비용을 많이 투입하는데 이 과정을 AI로 자동화했다”고 설명했다. AI는 가구별 일조량도 클릭 한 번에 보여준다. 예를 들어 같은 101동 내에서도 501호·502호·503호의 일조시간을 분 단위로 산출한다. 조망권도 데이터화했다. 가구별로 실제 얼마나 한강이나 산 조망이 가능한지 3D로 보여준다. AI는 필지에 맞춰 공동주택, 다세대, 연립주택, 오피스텔까지 모든 건축물 설계안을 만들 수 있다. 혁신적인 비용절감, 업계 ‘시선집중’ 스마트 기술을 바탕으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데 성공한 텐일레븐은 건설업 각 분야에서 투자유치와 협업 제안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시리즈A까지 투자를 유치한 텐일레븐의 누적 투자금액은 20~25억원 수준이다. 텐일레븐은 호반건설의 액셀러레이터 법인 플랜에이치벤처스와 현대건설, AI 빅데이터 전문 상장사인 바이브컴퍼니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9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텐일레븐을 최초 발굴한 바 있다. 호반건설은 텐일레븐의 보유기술인 빌드잇 솔루션을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해 테스트베드(test bed)를 제공한 바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벤처부의 ‘TIPS’사업 연계를 통해 연구개발(R&D)자금 확보도 지원했다. 현대건설은 텐일레븐과 ‘AI기반 공동주택 3D 자동설계 시스템’을 개발해 공동주택 설계 및 영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건설 측은 공동주택 브랜드인 ‘디에이치’와 ‘힐스테이트’ 수주·영업에 이 설계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단지 내 태양광 발전 최적 배치 등 친환경 건축물 설계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지난 2018년부터 도시행정 디지털 트윈기술을 연구해 온 바이브컴퍼니는 공공 영역에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텐일레븐과 기술 협업을 진행하고, 향후 메타버스 사업까지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바이브컴퍼니는 텐일레븐과 LH 디지털 트윈 획지 건축물 자동 배치 시스템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3기 신도시 획지 내 공동주택 건축물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단위 획지당 법정 최대 세대 건축을 위한 자동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밖에 총 1조원 이상의 국비가 투입되는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도 협업한다.
샵하우스 [사진=텐일레븐]
IT기술 융화해 모듈러 주택시장에 도전 텐일레븐은 최근 건설 산업에서 뜨거운 감자로 불리는 ‘모듈러 건축’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모듈러 주택은 기존 건축 비용이 인건비, 공사기간, 52시간제 등으로 인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건축 패러다임을 바꿀 매우 중요한 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짧은 건축기간과 친환경공법 등을 활용해 미래의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의 모듈러 건축 기술은 IT기술과 융합해 효율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텐일레븐도 IT기술을 활용해 일반적인 모듈러 건축과 차별점을 둔 ‘빌드잇M’을 출시해 모듈러 주택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빌드잇M은 균일한 품질 유지와 대량 생산을 목표로 건축 모듈을 표준화해 70%이상 공장에서 제작이 가능하다. 동시에 생산성 향상과 건축비 절감이 가능한 것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스틸(STEEL) 건축구조 시스템으로 내구성이 강하며 재료의 재활용성이 뛰어난 철골조·경량철골조를 사용하고 있어 방화, 내진, 방수, 방충, 방부에 강하다. 또한 목구조와 달리 건조수축에 따른 변형이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균일한 주택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중저층 규모에 특화된 경제적인 구조로 층수와 규모에 따라 구조보강이 가능하다. 공장에서 70%이상 제작하기 때문에 소음, 분진 피해가 없고 철거 시 70~80%의 자재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 건축공법으로도 주목받는다. 빌드잇M은 호환 조립형 모듈러 건축 시스템 기술을 채택했다. 건축 유닛은 3미터 이하 유닛부터 4미터, 5미터, 6미터까지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모듈이 생산되기 때문에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조합·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김동현 기자
출처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http://www.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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